치매예방과 쉬클로프스키의 ‘낯설게하기’ - 뇌를 깨우는 인문학적 실천
매일 걷는 거리, 공간, 낯익은 사람들, 간판.. 어느날 이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데자뷰와는 다르게 모든게 처음 본것 마냥 낯설게 느껴지는 느낌. 이는 여행을 통해서도 훈련(?)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매일 내가 보고 걷는 이 거리가 갑자기 마치 처음 온 곳 인냥 낯설게 바라볼 수 있고 홍콩 영화 속 그 거리라 느껴지게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고, 이에 따라 치매 예방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보통은 규칙적인 운동, 식습관 개선, 두뇌 훈련 게임 등 과학적 접근에 초점을 맞추지만, 최근에는 문학과 예술을 통한 인문학적 방법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이론가 빅토르 쉬클로프스키(Viktor Shklovsky)**의 개념인 **‘낯설게하기(defamiliarization)’**는 뇌과학과 연결되며 치매 예방에 놀라운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낯설게하기’란 무엇인가?
‘낯설게하기’는 쉬클로프스키가 1917년에 발표한 이론으로, 문학의 본질은 익숙한 대상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것에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예술의 목적은 사물의 감각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방식은 바로 사물을 낯설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하늘은 파랗다”는 익숙한 문장을 “하늘은 가만히 우러러보면 얼음물에 잠긴 듯한 푸른 유리다”라고 바꾸면, 우리는 그 하늘을 처음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낯설게하기’는 일상에 묻힌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기술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치매 예방과 직결되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왜 뇌는 ‘낯설게함’을 필요로 하는가?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관입니다. 반복된 자극에는 에너지를 덜 쓰고, 새로운 자극에는 더 큰 에너지를 써서 신경 회로를 만듭니다. 우리가 매일 똑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생각을 반복한다면, 뇌는 점차 활동성을 줄이고 기억력과 인지력도 약화됩니다. 이는 습관화(habituation)로, 일상에 파묻혀 새로운 자극이 사라질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뇌의 반응입니다.
반면, ‘낯선 자극’은 뇌를 깨어나게 합니다.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보는 연습은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해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을 활성화시킵니다. 이는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치매 예방에 핵심적인 작용입니다.
문학이 치매를 예방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시, 소설, 예술 감상 등 인문학 활동이 인지 기능을 강화하고,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시를 읽을 때처럼 복잡한 상징과 비유를 해석하려면 전두엽, 측두엽, 해마가 함께 작동하게 됩니다. 이는 퍼즐을 푸는 것보다 더 깊은 사고를 유도하고, 감정적 공감 능력까지 자극합니다.
쉬클로프스키의 이론처럼, ‘낯설게 바라보는 사고’는 단순한 문학적 기교가 아니라 뇌의 훈련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시 한 편을 소리 내어 읽거나, 추상화 한 점을 감상하면서 감상을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뇌는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게 됩니다.
실생활에서 ‘낯설게하기’를 활용한 뇌 훈련법
다음은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낯설게하기 방법입니다. 치매 예방뿐 아니라 삶의 감각을 회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1. 문체 실험하기
일기를 쓸 때 3인칭으로 자신을 묘사하거나, 시로 표현해보세요. ‘나는 오늘 카페에 갔다’ 대신, ‘그는 말없이 어제의 커피 냄새 속에 앉아 있었다’는 식의 표현이 뇌에 신선한 자극을 줍니다.
2. 다른 길로 걷기
매일 같은 경로를 피하고 일부러 낯선 골목을 걸어보세요. 시각 정보, 방향 감각, 판단력을 자극해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3. 반대 손 사용하기
양치질, 밥 먹기 등을 평소와 다른 손으로 해보세요. 뇌의 새로운 회로가 활성화됩니다.
4. 다양한 장르의 책 읽기
추리소설, 시, 철학책 등 평소 접하지 않던 장르를 읽으며 감정과 사고를 복합적으로 자극해보세요.
5. 감상문 남기기
영화를 본 후 리뷰를 남기거나, 전시회를 보고 감상을 글로 써보세요.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은 뇌를 깊이 자극합니다.
뇌를 지키는 인문학적 루틴, 지금 시작해보세요
치매는 단지 노인의 질병이 아닙니다. 40~50대에도 경도인지장애나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뇌는 끊임없는 자극과 변화 속에서 살아있습니다. 그렇기에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의식적으로 ‘다르게 보기’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쉬클로프스키의 낯설게하기는 단지 문학이론이 아닙니다. 그것은 뇌를 새롭게 하고,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사유의 훈련법이자, 치매를 예방하는 인문학적 처방전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이, 내일은 하늘을 조금 더 천천히, 낯설게 바라보길 바랍니다.